안녕하세요, 문학쿨러입니다.
오늘은 현대시 중 황병승의 시 시코쿠 만자이 베르나편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시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0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황병승의 시 시코쿠 만자이 베르나편
황병승의 시 시코쿠 만자이 베르나편 해석 해설
황병승의 시 시코쿠 만자이 베르나편 해석 해설입니다.
황병승의 시, 시코쿠 만자이베르나편
1
고무 인형이잖니 그건 먹는 게 아냐..알아요...그런데 왜 먹니?...웃고 있잖아요...웃고 있다니?...무서워요 즐거운 사람들이...무서운 사람들이에요 홀로 휴일의 공원을 찾아본 적 있나요?...홀로? 휴일의 공원?...모른 체하시긴 그런데 이 지독한 냄새는 뭐죠?...누가 고양이라도 태우나 보지...바보 저기 시계탑이 불타고 있어요...빨간 애드벌룬 말이냐?...새들이 허공에 꼼짝없이 매달려 있는 게 안 보이세요? 무슨 누런 꽃무늬들처럼...어른을 놀리면 못쓴다...완전한 어른은 없어요...완전한 어른?...어린 시절의 회상에 빠져 있는 저 사내를 보세요 그는 어른인가요? 아님 어린아이인가요?...엉뚱한 녀석, 그래봐야 너는 절망과 불만을 혼동하는 어린애...글쎄요 새들은 왜 마주 보고 노래하지 않는 걸까요?...부끄러우니까...짐승들은 왜 결투할 때만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거죠?...부끄러움을 잊었으니까...꼭 우리 두 사람 같군요 티격태격 태격티격...나는 페르나에 가요...페르나?...페르나, 시계도 달력도 없고 아름다운 오빠들의 춤과 음악이 계속되는...저기 쌍둥이 빌딩 사이 주름치마 같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본 적 있나요?...커다란 빌딩들이 쬐그만 벌레 정도로 보일 때쯤 거기 페르나가 있어요...그곳에 도착하면 아저씨께 근사한 엽서를 보내드리지요...페르나, 처음 듣는 얘기로군 헌데 그곳엔 왜 가려는 게냐?...울기 싫어서요...울기 싫어서?...잠꼬대하기 싫어서요...잠꼬대?...잠꼬대, 밤마다 검은 노트를 펼치는 일 잊을 수 없는 페이지를 열고...붉게 번진 입술의 오빠를 오빠 곁에서 들끓는 개들을 개들을 때려잡는 아버지를...나무 위에서 덤불 속에서 뜨문뜨문 읽어내는 일 싫어요 페르나에선 잠들지 않고 아무도 울지 않죠...아저씨도 함께 갈래요?...페르나?...페르나...나는 아파서 못 가...어디가 아픈데요?...이곳을 떠나는 게...아파...아프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요...두려워하면 느려지고 눈치 빠른 아버지가 금방 알아채고 말죠...싱거운 녀석, 너는 페르나 따위가 정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페르나 따위가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하죠?...관두자꾸나...그래요 그만두죠...그런데 넌 원래 그렇게 울보였니?...아뇨...아님 뭐가 그렇게 널 슬프게 하는 게냐?...당신이...내가?...빠가...빠가라...
빌딩 사이로 난 작은 골목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소녀 까맣게 타버린 시계탑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사내는 소녀가 버리고 간 고무인형을 한입 깨물어본다 골목 뒤편에서 시끄럽게 흔들리는 소녀의 웃음소리, 고무 인형이잖아요, 그건 먹는 게 아녜요, 그건......
2
소년은 땀에 흠뻑 젖은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페르나 페르나 사전을 뒤져보지만, 페르나라는 단어는 없다
방바닥엔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책들이며 옷가지들 그리고
창 틈으로 날아든 정오의 눈부신 엽서 한 장이 기다랗게 놓여 있었다
핵심 정리
작가 소개: 황병승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2003년 <파라21> 신인문학상
시부문에 [주치의h]외 5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형식: 자유시
율격: 내재율
심상: 주로 시각적 심상 예)빨간 애드벌룬, 누런 꽃무늬, 붉게 번진 입술, 눈부신 엽서
어조: 회화(대화)적 어조
표현: 상징에 의한 암시적 표현, 생략적 표현
성격: 상징적, 회화적, 생략적, 반복적
제재: 페르나
주제: 이상향에 대한 동경
특징: ①사내와 소녀의 만담 형식의 전개 ②관념적, 추상적인 상징을 통해 주제를 드러냄 ③표현상의 특징 파격미
이해와 감상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인 "페르나"는 "시계도 달력도 없고 아름다운 오빠들의 춤과 음악이 계속되는" 곳이다. 커다란 빌딩이 벌레 정도의 크기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곳은 지금여기와는 동떨어진 어떤 초월적이고 외부적인 세계라 할 수 있다.
[시코쿠 만자이페르나편]은 여자 아이와 성인 남성이 주고받는, 혹은 묻고 답하기 방식을 취하는 만담 형식이다. 화자인 여자 아이가 페르나에 가려는 이유는 "울기 싫어서", "잠꼬대하기 싫어서", 그리고 "밤마다 검은 노트를 펼치는 일 잊을 수 없는 페이지를 열고...붉게 번진 입술의 오빠를 오빠 곁에서 들끓는 개들을 개들을 떄려잡는 아버지를" 읽어내는 일이 싫어서이다.
시인은 아버지로 상징되는 남성적 세계에서의 탈주를 정신분석학적 메타포를 통해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화자가 제시하는 "울기"와 "잠꼬대하기"는 무의식적 억압이 잠을 통해 재생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그것은 "페르나"라는 상상의 세계가 "페르나에선 잠들지 않고 아무도 울지 않죠"라는 진술에서 확인된다. 개를 때려잡는 아버지에 대한 거부 역시 정신분석학적 요소를 환기하고 있다. 두사람의 대화에서 "아저씨"는 끊임없이 페르나의 현존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에게는 "이곳을 떠나는"것 자체가 심각한 고통이다. 왜? 지금여기가 바로 남성적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픔의 근원에 대해 "...당신이..." "...빠가"라고 대답한다. 화자는 남성화자 역시 남성아버지에 불과하다는 것, 그런 한에서 그 또한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근원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빠가"라는 마지막 진술에는 무의식의 억압 혹은 검열에 의해 한 글자가 지워져 있다. 그것의 정상적인 형태는 아마도 "오빠" 내지는 "아빠"가 될 것이다.
이처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드러나는 세계에 대한 혐오와 불편의 이면에는 대개 억압되어 있는 무의식의 복권이라는 문제의식이 개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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