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현대소설 중 이호철의 소설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소설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권력의 부조리한 양상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이호철의 소설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이호철의 소설,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줄거리
나른한 오후 이발소에 한 청년이 들어선다. 청년은 강압적인 목소리로 다짜고짜 빨리 되느냐고 묻고, 이발소 분위기는 일시에 긴장감으로 가득해진다. 병역 기피자인 박 씨를 비롯한 손님들은 다들 겁을 먹고 눈길을 피한다. 청년은 이발소 주인에게 호통을 치기도 하고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겁을 준다. 동료인 듯한 청년이 들어오자 두 명의 청년은 빨갱이, 간첩, 베트남 등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손님들은 이발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발소를 도망치듯 나간다. 마침 들어온 교통순경 또한 망신을 당하고 나간 후, 이발소 안은 잠시 정적에 빠진다. 어느새 나갔던 늙은이가 사복 차림의 경찰을 데려와 두 사내는 불심 검문을 당하지만, 관명 사칭도 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월권도 한 것이 없어 연행되었다가 곧 석방이 된다.
<추가>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손님 하나가 들어섰다. 들어선 녀석은 다짜고짜 빨리 되느냐고 물었고, 이발사 박씨가 돌아보지도 않고 관성적으로 대답하자 그 녀석은 박씨에게 삿대질을 하듯이 거센소리를 지르며 다그쳤다.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예사 손님 같지는 않은 서슬 퍼런 눈매를 한 그 녀석 앞에서 헤프고, 사근사근하고, 무르고, 게다가 병역 기피자인 박씨는 대번에 까칠한 얼굴이 되었다.
그의 등장에 먼저 앉았던 손님 두엇이 거울 속에서 힐끗 쳐다보았고 눈길이 부딪칠 듯하자 급하게 외면하였다. 갑자기 이발소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 때가 어느 땐지도 모르고, 이 사람들이."하며 이발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기운 오후의 느슨한 분위기에 잠겨 있던 이발소 안이 갑자기 싸늘해졌고, 하품을 해대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번쩍 든다.
주인이 나서면서 허리를 굽신거리자, 비로소 청년은 못마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낯빛으로 마지못한 듯이 주인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그 옆자리에는 바로 박씨가 맡은 예순 가까운 나이의 관리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 관리는 왜정 때 군청에도 있었고, M시 구청에도 있었고, 도청에까지 올라갔다가 얼마 안 되어 해방을 맞았노라며 해방이 된 것을 무척 섭섭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흘거리로 꼭 요 시각이면 나타나서 이발소의 느슨한 오후 분위기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단골 손님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관리의 얼굴은 우리 나라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착각하게끔 하는 인상을 주었다. 청년이 들어서기 조금 전까지 왜정 때가 훨씬 좋았다고 말하고 있었던 이 늙은 관리 역시 이발소 내의 써늘해진 분위기에 갑자기 허풍의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청년은 또다시 "도대체 모두 틀려먹었어요, 틀려먹었어. 지금이 어느 땐데, 모두 희멀게가지구, 말라죽은 동태 눈알을 해가지구.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군."하며 연신 이발소 안의 모든 사람들을 못마땅해했고, 어느새 이 이발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겁먹은 얼굴로 전염되어 갔다. 손님들과 세발대 소년들, 그리고 면도하는 소녀들까지도 간이 콩알만해져서 초조와 불안감 속에서 그에게 굽신거렸다.
그리고 어떤 손님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하여튼 예사 손님이 아닐 것이라고 모두들 짐작하는 것이었다. 민씨가 청년의 머리에 조심스레 다시 가위를 들이대자 그는 또 "도대체 사람들이 나빠요, 나빠. 정신들이 말짱 안 되어 먹었거든. 모두 비겁하기가…‥."하며 악악거렸다. 서슬 퍼런 그의 위압적인 행동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들은 틀린 소리는 없어서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민씨도 제대 직후 한때는 갓 환도한 서울거리가 눈이 뒤집히게 썩어 문드러져 보여 눈알에 쌍심지를 돋우고 포악하게 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는 가는 곳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짓부수고 행패를 부렸지만,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은 그런 그를 그 모든 것에 쉬이 젖어 들게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만 주저앉게 하였다. 그로서도 이렇게 사는 것이 당장은 편해서 좋았다. 그래서 그는 기가 펄펄 살아 있는 청년을 보며 너도 한때지. 이제 좀더 지나 보아라. 세상 물정 알 때가 올 것이니라.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청년은 이발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못마땅해했다. 이발을 마친 손님 하나가 거스름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도망치듯 나갔고 이발소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도 이 청년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분주해 하는 바람에 이발소 안은 갑작스런 건설의욕 같은 것으로 생기가 활발해진다.
이발을 마친 손님들은 대강대강 세발을 하고, 대강대강 말리고, 대강대강 정발을 하고,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치듯이 나갔다. 요즈음 세월에 모두들 정신들을 차리고 빠릿빠릿해 있어야 한다고 악악대는 그 청년의 말은 과연 천번 만번 지당한 말이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빨갱이와 마주 대결하고 있고, 월남에 파병을 하고, 곳곳에 간첩들이 활개를 치는 판에 도대체, 썩은 동태 눈알을 해가지고 희멀겋게 뻗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따져서 그 말에 수긍은 하면서도 무엇인가 써늘한 무서움을 느꼈다. 이때 또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들어섰다. 그 역시 국방색 잠바를 턱밑까지 바싹 올려 입었고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두 청년들은 완전히 자기들 세상이 된 이발소에서 요즘 세상에 사람들의 정신 자세를 탓하는 말들을 주거니받거니 악악대었다.
이발소 안이 잠시 조용해지고, 금세 무엇인가 폭발될 것 같은 위태위태한 기운이 흐르자, 청년들 자신도 이 정적이 못 견디겠던 모양인지 갑자기 일어서 긴장한 세발대 소년들에게 늘 그렇게 항상 준비태세로 빠릿빠릿해 있어야 한다며 한차례 군기를 잡았다.
그리고 이때 막 교대를 하고 이발소로 들어선 교통순경 한 사람을 상대로 또다시 그들은 순경이라는 것까지 저 모양이라고 성질을 부렸다. 잠시 뒤 순경이 슬그머니 나가고, 마침 네 시 뉴스에서 수도 서울에 무장 괴한 출현이라는 뉴스가 울려 나오는 동안, 어느새 나갔던 늙은이가 사복차림의 경찰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가 신분증을 내보이며 두 청년에게 불심검문을 하자, 그들은 신분증을 내보이고 비쭉비쭉 웃기까지 하며 대한민국의 일개 시민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발소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 두 청년은 관명 사칭도 하지 않았고, 이렇다할 월권도 한 것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빠릿빠릿해지고 항상 준비태세를 지니고 사회기강을 확립하자고 강조했을 뿐이었다. 그들의 강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죄과에 해당될 만한 법조문이 없어 그들은 일단 연행되었지만 곧 석방되었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소설
▶배경 : 1965년의 어느 이발소 군사정권의 위압적이고 통제적인 시대, 월남파병과 북한과의 군사대립, 무장 괴한의 출입이 있었던 시대배경, 민중당의 분당, 서해안 어부 피랍 사건 등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주제 : 서민들의 일상에 투영된 권력의 부조리한 양상
▶특징 :
인물의 외양묘사 두드러지며 서술자의 비판적 시각이 보임.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보이기도 함.
풍자 대상 : 권력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굽신거리는 세태 풍자(나약한 소시민의 모습 비판), 부정한 무리의 횡행에 대한 경계
대화와 행동을 통해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등장인물
▶청년 : 위압적인 외양. 이발소 안 사람들이 힘 있는 존재로 생각함. 권력을 상징. 그들이 말하는 “때가 어느 때인지 모르고, 이 사람들이.” 라는 말은 은폐된 진실로 위기 의식을 부추겨 민중의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전형적이 술책임.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이강백의 <파수꾼>과 유사하다. 이 작품의 말미에서 보이는 청년들의 “개애새끼들”이란 말은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언론과 지배층을 겨냥한 서술자의 냉소처럼 들리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박씨 : 병역기피자, 권력을 상징하는 청년들을 보며 자격지심을 가짐, 권력의 껍데기에도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소시민
▶관리 : 예순 가까운 관리, 숱이 적은 머리를 예쁘게 빗어올리고 키가 작은 비대한 몸집, 허여멀쑥하게 희멀건 얼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고 낮은 바리톤 소리(관리를 바라보는 서술자의 부정적 태도를 알 수 있음공무원은 시민의 봉사자이므로), 왜정 때 고급 관리를 역임했었고 해방 후에도 관리로 있는 것으로 추측됨. 왜정 때를 그리워하고 있는 역사의식이 결여된 이기적 인물. 세상이 험하면 험한 대로, 세상이 유하면 유한 대로 일정한 자기 분수를 지니고 그 분수의 틀을 정확하게 잡고 있는 삶, 자기 분수의 외양과 타성에만 절어 들어 있는 사람, 오랜 세월 모에 익힌 것은 자기방어밖에 없는 듯함. 위압적인 청년 둘에 비굴한 모습 보임. 후에 이발소에서 나가서 청년들을 신고함.
▶교통순경 : 하품을 하며 이발소에 들어가다가 청년들에게 혼쭐이 남.
▶기타 인물들 : 모두 청년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껍데기에 위축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진실이 왜곡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협 속에서 순응하며 인정하고 믿는 사람들.
구성
▶발단 1 : 정체 불명의 청년의 등장
▶발단 2 : 청년의 범상치 않은 외모
▶전개 1 : 이발소 안 사람들에 대한 시비
▶전개 2 : 이발소 분위기의 급변
▶전개 3 : 이발소 사람들의 행태
이해와 감상
1966년 <창작과 비평> 창간호에 실린 소설이다. 그 동안 대표적인 전후 작가로서 소시민 판문점 등의 소설을 써 온 작가가 근대화 이후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면서 작품 세계의 방향 전환을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지성사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창작과 비평>이 창간호의 첫머리에 이 작품을 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5·16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권력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으로 두 청년의 외양에서 다른 사람들이 권력의 냄새를 맡고 자진해서 그에 굴복하는 양상을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형상화해 내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는 요소가 겉껍질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는 설정이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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